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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사람의 온기와 사랑이 느껴지는 책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책방지기의 책장 2023. 12. 5. 23:22728x90
2023년의 해가 어느덧 끝에 걸려 옅어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이 시작될 때에는 힘을 내보자며 힘찬 시작을 했었는데 벌써 12월에 들어와 버린 현실에 야속하기만 한 세월이다.
한해가 가는 동안 더 뜻깊은 일도, 좋은 일도 없었던 나에게 지침이라는 것이 옆에 붙어서 나에게 슬쩍 웃으며 어때동무를 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좋아하는 책읽기 또한 쉼이 필요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집중도 안되고 책이 스토리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글자, 한글자로 의미없는 문자로만 보였기에 진득하게 마무리한 책이 없는 지금이다.
깊은 생각할거리와 심각한 이야기의 책들은 나에게 잠시 넣어둬야할 것들이였다.
나에겐 휴식과 마음의 힐링을 주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다.그렇게 책 읽는 것조차 힘든 나에게 우연히 온 책이 바로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이다.
헬렌 한프라는 작가는 좀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또한 이 작가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어느 북튜버의 책소개에서 알게 된 작가이자 그 작가의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은 헬렌한프와 헌책방의 직원들간에 주고 받은 편지가 이 책의 전부이다.
그녀가 직접 겪은 일들의 내용들이 들어있다.
이 책의 구성 중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책의 페이지가 적혀있지 않다. 내용이 편지의 내용이다보니 일부러 적지 않은 듯하다.
헬렌 한프는 미국의 여성작가이다.
그녀는 평생 뉴욕에서 글을 썼지만 그리 유명하진 못했던 작가였다. 그러던중 영국의 한 헌책방과의 주고받은 이 한다발의 편지 덕분에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헬렌 한프는 토요문학평론지에 실린 헌책방의 광고를 보고 절판서적을 다루는 이 책방에 책을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이 편지는 시작된다.
헌책방의 직원인 프랭크 도엘을 시작으로 주고 받기 시작한 편지는 어느새 그의 가족과 이웃, 서점 직원들과 주고 받게 되며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편지의 내용은 서로간의 일상과 책을 주문하는 내용이지만, 그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하며 서로의 고충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부분들에서 마음의 위안과 동시에 편안해지는 한마디로 힐링이 되는 편지의 이야기들이였다.
영국의 식재료 배급제로 인해 음식을 위한 식재료가 귀하다는 이야기에 헬렌 한프는 자신의 사비로 계란, 고기, 통조림등을 그들에게 선물로 보내며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한다.
그 고마움에 직원들 또한 그녀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며 그녀가 영국에 놀러 올 날을 기다린다.
난 헬렌 한프와 헌책방 직원들간의 선물의 주고받음보다 그 선물의 감사함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과 태도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먼 거리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고객과 직원이라는 관계에 신뢰하나만으로 시작한 이들의 거래가 어느새 단순히 물건과 돈의 주고 받음이 아니라 서로의 찐 마음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난 누군가의 도움(그 어떤것이든)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그 진심을 잘 전했었는지..
그 고마움을 따뜻하게 잘 간직하고 있는지.. 에 대해 나에게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오래된 책이라 중고책으로 구매했었던 책이지만 많은 따뜻함과 의미가 있는 숨은 보석같은 책이다.
마음이 시린 겨울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읽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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